‘추격자’는 한국 심리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범죄의 공포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불안과 심리를 극단적으로 끌어낸다. 잔인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긴장과 속도감을 유지하며,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는 현실감 있는 전개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추격자’가 보여주는 속도감, 추적의 감각, 인간 사냥의 공포를 통해 심리 스릴러의 정점을 분석한다. 추격자, 불안한 심리의 출발선영화 ‘추격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을 조성하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유영철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영화는 실제 범죄를 기반으로 했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 느끼는 심리적 긴장과 무력감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재구성해낸다.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피와 살인의 잔혹함이 아니라,..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취화선’은 예술영화와 역사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명작으로, 한국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조선 말기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천재 화가 장승업의 삶을 따라가며, 예술의 본질과 광기의 경계, 그리고 한 시대의 몰락을 담아낸 이 작품은 감독의 영화미학이 집약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본 리뷰에서는 ‘취화선’을 통해 임권택 감독의 예술관과 영화언어, 그리고 인간 내면의 격정이 시대성과 어떻게 충돌하며 스크린에 구현되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임권택 영화미학의 집약, ‘취화선’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원로이자, 전통과 현대, 사실과 상징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취화선’은 단순한 전기영화를 넘어서,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철학..
‘길복순’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에서도 독특한 장르 실험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전업 킬러이자 싱글맘이라는 독특한 설정, 감각적인 액션, 그리고 빠른 전개와 미장센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기존 한국영화 문법을 벗어난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특성을 반영하여 시각적 스타일과 플롯의 유연함을 강화한 점은 한국 상업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리뷰에서는 ‘길복순’을 통해 넷플릭스 한국영화의 장르 실험, 액션 서사 구조, 그리고 미장센 전략을 분석한다. 길복순, 장르 혼종의 실험장‘길복순’은 킬러 영화, 모성 서사, 하이틴 드라마, 조직 범죄물의 장르 코드가 혼합된 작품이다. 영화는 단순히 하나의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충돌시키며 장르 ..
영화 ‘클로저’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감정의 심리전을 다룬 관계 드라마입니다. 4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사랑, 욕망, 진실, 배신의 경계를 오가는 이 영화는 표면적 로맨스를 넘어서 관계의 근본을 해부합니다. 특히 대사 중심의 연극적 구성, 인물 간의 심리적 폭력,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밀도 있게 묘사하면서, 관객에게 정서적으로 깊은 충격을 안깁니다. ‘클로저’는 감정의 절정이 아닌, 침묵과 공백 속에서 사랑의 민낯을 드러내는 드문 작품으로, 진짜 사랑이란 무엇이며, 진실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구성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클로저가 설계한 감정의 심리전‘클로저’는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클라이브 오웬이라는 네 명의 인물이 만들어내는 네 방향 감정선이 중심입니..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의 서사를 정제된 감성과 세밀한 연출로 풀어낸 한국 로맨스 영화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 속에서 시간이 감정에 어떤 균열을 남기고, 또 어떻게 기억으로 복원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서연과 승민의 감정은 건축이라는 은유를 통해 만들어지고, 부서지고, 다시 돌아본다. 건축학개론, 시간 속에서 짓는 감정의 집‘건축학개론’은 제목부터 낯설고도 흥미롭다. 단순한 로맨스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 학문적 용어는,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을 담아낸다. ‘건축’은 단지 물리적 구조물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설계하고, 관계를 쌓고, 과거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서사를 교차시키며, 첫사랑이라는 기억..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에서 실제 있었던 ‘부림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민주화 이전 한국 사회의 억압적 현실과 개인의 양심이 마주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송강호가 연기한 변호사 송우석은 단순한 세금 전문 변호사에서 국가 권력에 맞서는 인권 변호사로 변화하며, 관객에게 ‘법이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변호인, 법정에서 시작된 역사 인식‘변호인’의 첫 장면은 한 변호사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송우석은 대학도 제대로 못 나온 ‘지잡대 출신’으로 무시받던 변호사였지만, 부동산 계약서와 세금 문제 등 돈 되는 사건만 맡아 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의 삶은 단골 국밥집 아들의 고문 사건을 접하면서 완전히 전환점을 맞는다. 이 전환은 단순한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