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2016)’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초자연적 사건과 범죄 스릴러의 요소를 혼합한 이 작품은, 믿음과 불신, 구원과 저주, 선과 악 사이에서 관객을 끊임없이 흔드는 종교 심리극으로 읽혀야 합니다. 특히 영화는 명확한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열린 결말과 모호한 인물 설정을 통해, 우리가 믿고 싶은 대상에 스스로 얼마나 의존하며, 동시에 쉽게 배반당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곡성’이 제시하는 종교적 혼란과 심리적 불안의 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해 봅니다. 곡성이 건드리는 믿음과 불신의 감정 심리‘곡성’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원인불명의 연쇄 살인과 광기 어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경찰 종구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사건의 깊은 혼란으로 빠져들..

영화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는 단순한 첩보 액션 장르로 분류되지만, 그 이면에는 기억 상실을 통해 자아를 재구성하는 한 인간의 주체성 회복 서사가 깊게 깔려 있습니다. 주인공 제이슨 본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양한 폭력적 기술과 본능적 반응을 드러내며, 오히려 정체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 작품이 보여주는 주체성과 정체성의 해체 및 재구성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본 아이덴티티가 말하는 주체성의 혼란과 시작점제이슨 본은 영화의 도입부에서 지중해 한복판에서 구출됩니다. 그는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왜 바다에 떠 있었는지 아무..

영화 ‘아수라’는 기존 범죄 누아르 장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단순한 권력자와 비리 경찰의 충돌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인간성을 붕괴시키는 시스템 내부의 무력감을 정조준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한도경이 선택하는 모든 행위는 개인의 욕망이나 판단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부패 권력, 조직, 검찰, 경찰 사이에서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받은 결과물입니다. 이 영화는 권력의 폭력보다도,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어떻게 도덕을 포기하고 자신을 잃게 되는가에 대한 서사로 읽혀야 합니다. 아수라가 그려낸 인간성의 구조적 붕괴영화 ‘아수라’는 경찰 한도경(정우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는 병든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범죄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2012)’은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바탕으로, 인간 구원과 양심의 갈등, 그리고 법과 정의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개인의 도덕적 선택이 맞물리는 복잡한 인간 드라마가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 발장과 자베르의 대비를 통해 구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양심이 어떻게 법과 충돌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정의를 어떻게 재해석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레미제라블이 보여주는 구원의 서사와 인간 재창조영화는 장 발장이 감옥에서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단 하나의 빵을 훔친 죄로 19년의 강제노역을 견디고 나온 그는 이미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제된 존재입니다. 출소 직후에도 ..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2004)’은 흔히 순수한 사랑의 감동적인 회고록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드라마 이상의 구조적 장치를 통해 관객을 감정적으로 흔들고, 서사 구조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특징을 가집니다. 특히 ‘기억’의 왜곡과 ‘사랑의 재현’을 반복하는 구성을 통해, 시간성과 인식, 그리고 관계의 지속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트북’의 사랑이 어떻게 기억 속에서 구성되고, 그것이 반복되는 구조로 관객의 감정을 설계하는지를 분석해 봅니다. 노트북이 재구성하는 기억의 서사‘노트북’의 시작은 병원에 입원한 여성 앞에서 노년의 남성이 책을 읽어주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회고의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 영화의 전체 구조를 통제..

영화 ‘암살’(2015)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정체성의 이중성’과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를 담아냅니다.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이 작품은 쌍둥이 자매라는 설정과 조국, 가족, 배신, 협력의 복잡한 얽힘 속에서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모호한 일인지를 관객에게 되묻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암살’을 중심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되는 역사적 기억에 대해 분석합니다. 암살이 던지는 정체성의 이중성‘암살’은 극단적인 이중 구조 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안옥윤과 카와구치 유키는 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정체성과 역사를 갖습니다. 한 사람은 독립운동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