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2015)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정체성의 이중성’과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를 담아냅니다.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이 작품은 쌍둥이 자매라는 설정과 조국, 가족, 배신, 협력의 복잡한 얽힘 속에서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모호한 일인지를 관객에게 되묻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암살’을 중심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되는 역사적 기억에 대해 분석합니다. 암살이 던지는 정체성의 이중성‘암살’은 극단적인 이중 구조 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안옥윤과 카와구치 유키는 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정체성과 역사를 갖습니다. 한 사람은 독립운동가로..
영화 ‘독전(2018)’은 겉으로 보기엔 마약 범죄 조직을 둘러싼 수사극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범죄 스릴러의 문법에 머물지 않고, 진실과 거짓, 실체 없는 존재와 자아의 붕괴를 중심으로 설계된 심리적 추적극에 가깝습니다. ‘독전’이라는 제목 자체가 ‘말 없는 전쟁’을 뜻하듯, 이 영화는 인물들이 자신의 이름, 얼굴, 존재를 숨긴 채 벌이는 서사 속에서 관객에게 끊임없는 혼란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가면’, ‘익명성’, ‘정체성 붕괴’라는 키워드를 통해, 독전의 구조를 새롭게 분석합니다. 진실이 사라진 공간, 이름 없는 인물들‘독전’의 인물들은 유난히도 이름과 정체성을 숨깁니다. 조직의 실세는 보이지 않고, 그를 쫓는 이들은 끊임없이 다른 얼굴과 다른 신분으로 교체됩니다. 류준열이 연..
‘겨울왕국(Frozen, 2013)’은 전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수많은 문화적 논의를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자매의 이야기나 여성 중심 서사로만 읽기에는 아까운 복합적 구조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서 나타나는 엘사의 감정 억압과 그에 따른 기후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통치자라는 지위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사회 시스템 전체에 어떠한 균열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메타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왕국'을 감정 정치학의 관점에서 읽으며, 감정 억압이 사회 질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지를 분석해 봅니다. 엘사의 감정과 기후: 통치 감정의 리터러시 부재‘겨울왕국’에서 엘사는 단순히 마법을 지닌 소녀가 아닙니다. 그녀는 아렌델 왕국의 통치자..
‘코코(Coco, 2017)’는 흔히 ‘죽음과 기억의 문화’를 다룬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은 ‘예술을 향한 본능’과 ‘가족의 규율’ 사이의 충돌입니다. 영화는 창조를 억압하는 전통 속에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금지된 열망이 어떻게 공동체 내부에서 작동하며 해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지 음악을 둘러싼 감동적인 이야기 이상으로, 이 영화는 예술가의 탄생과 이를 둘러싼 억압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지된 예술’, ‘가족의 통제’, ‘자기표현의 해방’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코코의 서사를 재조명해 봅니다. 코코 속 창작 욕망과 금기의 가계도‘코코’에서 주인공 미구엘은 음악을 사랑하지만, 그의 가족은 음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택시운전사(A Taxi Driver, 2017)’는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한 역사 재현이나 영웅 서사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기록되지 않은 진실’, ‘침묵 속의 목격’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할 때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김만섭과 독일 기자 힌츠페터의 여정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부재한 보도'의 구조 자체를 고발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영화를 '보도되지 않은 진실의 흔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진실이 어떻게 침묵 속에 묻히는지를 짚어봅니다. 택시운전사와 목격자 구조: 누가 기록하는가‘택시운전사’는 김만섭이라는 민간인이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단순한 '운전과 동행'이 아닙니다. 영화는 오히려 김만섭이 ‘기록되지 ..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그 자체로 미장센의 집합체이며, 복잡하게 짜인 구조 속에서 계급과 억압, 그리고 탈주의 심리를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단순한 러브 스토리나 반전 서사가 아니라, 이 작품은 ‘언어’와 ‘계급’, ‘공간’이 얽혀 만들어내는 위계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또 어떻게 그 위계를 벗어나는지를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저택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조선어·일본어의 교차는 인물의 심리를 감추고 드러내는 기능을 하며, 관객은 언어와 건축이 가진 억압 구조를 따라가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구조의 레이어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며, 영화 ‘아가씨’가 전하는 탈주의 서사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아가씨의 공간 구조, 계급의 시각화‘아가씨’의 주 무대는 히데코와 숙희가 머무는 저택입니다. 이 저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