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Coco, 2017)’는 흔히 ‘죽음과 기억의 문화’를 다룬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은 ‘예술을 향한 본능’과 ‘가족의 규율’ 사이의 충돌입니다. 영화는 창조를 억압하는 전통 속에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금지된 열망이 어떻게 공동체 내부에서 작동하며 해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지 음악을 둘러싼 감동적인 이야기 이상으로, 이 영화는 예술가의 탄생과 이를 둘러싼 억압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지된 예술’, ‘가족의 통제’, ‘자기표현의 해방’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코코의 서사를 재조명해 봅니다.
코코 속 창작 욕망과 금기의 가계도
‘코코’에서 주인공 미구엘은 음악을 사랑하지만, 그의 가족은 음악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개인적 갈등이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전승된 가족 규율의 형태로 작용합니다. 미구엘이 직면한 금지는 법적 제재도, 사회적 낙인도 아닌 ‘사적인 질서’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 자체가 공동체 내부에서 창작이 어떻게 통제되는지를 보여주는 메타포입니다. 미구엘의 증조할머니는 과거 가족을 버리고 떠난 음악가 남편으로 인해 음악 자체를 가족에서 추방시킵니다. 이 결정은 곧 가족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이후 자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음악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처럼 ‘코코’는 예술적 본능이 어떻게 금지의 형태로 구조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음악에 대한 열망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숨겨진 형태’로 계속 존재해 왔다는 점입니다. 미구엘은 우연히 음악에 끌리고, 몰래 기타를 만들고,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해 조상의 무덤에서 기타를 연주합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억압된 욕망이 ‘죽은 자들의 세계’를 통해 부활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 아니라, 억눌린 창조성이 어떻게 역사적 맥락에서 복원되고 전환되는지를 상징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한 개인의 창작 욕망을 통해, 전통이라는 이름의 억압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충동 사이의 갈등을 묘사합니다. ‘코코’는 결국 가족이란 공동체가 ‘어떻게 창작을 억제하고, 어떻게 그 억압이 다시 해체되는가’를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가족 규율이라는 억압의 장치
‘코코’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창작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입니다. 미구엘의 가족은 명백히 ‘보수적인 가족’입니다. 그들은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전통을 유지하며, 감정보다 규율을 우선시합니다. 음악은 그들에게 ‘분열의 기억’이고, 따라서 제거되어야 할 요소로 여겨집니다. 이 억압은 단순히 반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아주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문에 금지된 ‘이야기’와 ‘노래’, 부서진 사진, 말해선 안 되는 이름은 모두 상징적 금기를 형성하며, 구성원들의 사고를 제한합니다. 특히 여성 중심의 가부장 대체 구조가 주된 권력으로 작용하며, 아이들의 취향과 미래마저 결정합니다. 그런 면에서 미구엘의 예술적 충동은 단지 반항이 아니라, 억제된 자아의 구조적 폭발입니다. 그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자’ 합니다. 즉,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고자 합니다. 가족은 그의 이런 시도를 반사회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그의 기타를 부수고, 꿈을 꺾으려 합니다. 이 억압의 중심에는 ‘기억’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가 존재합니다. 미구엘의 가족은 과거의 상처를 덮는 방식으로 현재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 방식은 예술적 재해석이나 창조적 전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가족이란 장치가 얼마나 강력하게 개인의 욕망을 교정하고, 그 과정을 통해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하려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코코’는 이 억압이 불변의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미구엘은 그 구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틈을 찾아 스스로의 서사를 새롭게 구성해 나갑니다. 이 변화는 결국 가족을 해체하지 않고,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귀결됩니다.
해방의 노래, 창조가 이끈 가족의 재구성
영화의 결말에서 미구엘은 가족에게 음악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과거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은 감정적인 화해만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을 동반한 진정한 해방입니다. 음악은 단지 음향이 아니라, 숨겨졌던 기억과 억압된 감정을 동시에 해방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미구엘의 노래는 단순히 할머니 코코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족 전체를 위한 치유의 도구이며, 과거를 덮는 것이 아닌 다시 말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 순간 가족은 규율의 틀에서 벗어나고, 개인의 목소리를 허용하는 공동체로 재탄생합니다. ‘코코’는 결국 ‘기억의 영화’가 아니라, ‘창조의 정당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창작이 어떻게 억제되고, 그 억제에서 어떻게 새로운 서사가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예술적 메타포로 읽힙니다. 죽음과 문화의 이야기를 넘어, 코코는 창작의 근원성과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 간의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노래하는 아이’ 미구엘이 있습니다. 그는 단지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시 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서사는, 오랜 침묵의 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젖혔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예술이 어떻게 공동체를 다시 쓰게 만드는 가에 대한, 작고 강력한 노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