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단순한 전기 영화나 록 밴드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퀸(Queen)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음악이라는 수단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그려냅니다. 그의 무대 위 퍼포먼스는 대중에게 전율을 안겼지만, 무대 밖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외로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이 영화는 그 갈등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음악 속에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따라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과 정체성이라는 두 축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시대적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로 바라본 음악과 자아의 일치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던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을 담아냅니다. 그는 언제나 대중 앞에 서는 인물이었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이질감과 소외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적인 삶을 조명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위의 프레디, 그리고 사적인 공간에서 흔들리는 파르시(Parsi)계 출신의 외로운 이민자 파록 불사라. 그의 정체성은 단순히 성적 지향이나 인종적 배경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노래들, 특히 ‘Bohemian Rhapsody’는 그의 복잡한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구성이 단지 실험적인 음악이 아니라,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자 했던 그의 철학적 선언이었던 것이죠.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단지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야말로 그의 언어였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또한 영화는 프레디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단순한 성공 서사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팀원들과의 갈등, 음악 산업계와의 충돌, 그리고 개인적인 외로움을 겪으며 점점 ‘나만의 소리’를 찾아갑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무대, 그리고 노래입니다. 그의 진정한 목소리는 화려한 무대보다, 자신이 만들어낸 음악 안에 더 깊이 존재했습니다.
음악은 이야기다, 퀸의 노래에 담긴 서사
퀸의 음악은 단순한 사운드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점이 영화 속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We Are the Champions’는 단순한 응원가가 아니며, ‘Love of My Life’는 단순한 발라드가 아닙니다. 각각의 곡은 프레디가 겪은 감정의 축적이자, 당시 시대와 사회에 보내는 응답이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곡은 그 절정입니다. 오페라적 구성, 갑작스러운 리듬 변화, 그리고 복합적 감정의 교차는 기존의 팝음악 형식을 완전히 탈피합니다. 이는 프레디가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번역한 대표적인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영화는 이 곡의 탄생과정에 집중함으로써 음악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정체성의 해방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영화는 또한 퀸 멤버들 간의 역학을 통해 협업의 힘을 조명합니다. 프레디는 혼자서 빛나는 스타처럼 보이지만, 음악적으로는 팀과의 조화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는 그가 한때 솔로로 활동하다가 다시 밴드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극적으로 보입니다. 그 장면들은 ‘정체성’이란 혼자 확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구체화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음악을 감정 전달의 수단으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악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 그리고 20세기 후반 대중문화의 흐름까지 포괄합니다. 퀸의 음악은 시대를 반영하고, 그 안에 살았던 한 인물의 영혼을 기록하는 이야기로 기능합니다.
정체성의 무대, 음악으로 남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장면은 단순한 클라이맥스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관객 7만 명, 전 세계 시청자 19억 명 앞에서 펼쳐진 무대는 프레디 머큐리의 존재 이유를 함축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말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고,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 무대는 누군가에게는 공연이었지만, 프레디에게는 선언이자 고백이었습니다. 정체성은 말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프레디는 삶의 끝자락에서조차도 자신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음악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은 그가 누구였는지를, 그리고 누구였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존재였음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복잡함을 단순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순되고 흔들리는 인물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의 음악이 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지를 설명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결국 음악과 정체성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합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설명하고 대중의 감정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그 어느 누구보다 ‘무대’ 위에서 진짜 자신이었고, 그 무대를 통해 영원히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끝났지만, 정체성은 그 안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